작자미상의 시

보관함 2008. 12. 17. 15:27

 

내 흐린 빛다발을 당신들은 별이라 하옵니다.

나를 가리우는 구름에서도 당신들은 고개를 젖히며 나를 부르더이다.

하지만 당신들은 땅의 사람들이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곁에 있는 따스한 체온에게는

또 하나의 당신들에게는 단 한번도 눈길을 돌리지 않는군요.

나와 내 주위의 벗들을 함께 일컬어 당신들은 별자리라 하옵니다.

아름답고 또한 슬프고 오랜 옛 이야기도 당신들은 별자리의 전설을 얘기하더이다.

하지만 나와 벗들은 당신들에게만 함께 보일뿐 우리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우리들을 보면서 당신의 상상력을 자랑하옵니다.

바로 곁에 있는 당신의 벗들을 느끼지도 못하면서

이토록 머언 우리들의 흐릿한 빛다발을 목에 걸고서 좋아라 노래를 부르더이다.

이제는 내 흐린 얼굴마저 당신들의 공장과 네온싸인, 당신들의 자동차와 치열한 질투,

그 끊임없는 수군거림의 흙탕물에 섞이어 당신들은 나와 벗들을 보기 힘들것이오

가끔 우리가 당신들의 땅속에서나 살았으면 싶을 때가 있다오.

아, 오늘따라 당신들의 영에 사는 가녀린 풀잎들이 한없이 부럽소

그런 그 풀잎들마저 당신들은 콘크리트 구둣발로 짓밟아 버리는 구려

이제 나를 별이라 부르지 마오.

이제

나를

별이라

부르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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