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을 깎는다.

독백_일기,잡담/공부 2017. 3. 23. 03:55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손글씨는 늘 자신없었기에 글씨 쓰기를 참 싫어했던 내가 이제 와서 글씨 연습을 하고 있다니. 더구나 한자와는 영 인연이 없을 줄 알고 고교시절부터 손놓았던 내가.


'글씨는 연필로 써야 는다'는 아버지 의견에 따라, 이왕 연습하는 김에 연필로 하고 있다. 연필깎이도 연필도 과거 어학연수 시절 필리핀에서 샀던 기념품급 물건들인데, 연필을 깎다 보니 80년대의 향수도 떠오른다.

그 때만 해도 국산 연필의 질이 참 나빠서, 쓰다 보면 심이 뚝 뚝 부러지기 일쑤였고 심지어 나무와 흑연 심이 따로 놀아 쑥 빠지기도 했다. 그래서 연필깎이가 없을 땐 손톱으로 나무 부분을 뜯어내고 썼던 기억도 난다.


동남아가 어떻다, 중국이 어떻다 하고 우습게 보고 쉽게 말하는 이들을 흔히 보게 된다. 그러나 우스운 일이다. 불과 수십 년 전에 미군 부대에서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가져다 끓여서 꿀꿀이죽이라며 맛있게들 먹던 한국인들이다.

옛날 이야기일 뿐이랴, 지난 주에는 두호동 주민센터 부근 대로변에서 성기를 꺼내 시원하게 소변을 보는 50대 양복남성을 보았다. 행인들도 차량들도 많은 그곳에서, 전봇대에 영역표시 하듯 늠름하게도 쏟아냈다.

누워서 침 뱉지들 마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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