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대주의근성

독백_일기,잡담 2012. 10. 30. 20:21

호주에서 체류하던 때의 일이다. 준비없이 맨몸으로 덤빈 대가로 일자리를 찾아 헤매던 시절이었는데, 호주인 친구의 '고용안정센터에 가봐'라는 귀띔에 솔깃해서 정말로 찾아갔었다. (당연히 내국인이 아니라 해당사항없었지만 ㅠㅠ)

암튼 관공서 대기실에 앉아있는데, 한 백인(호주인으로 추정되는) 영감탱이가 꼬장을 부리고 있었다. 말하는 내용으로 보아 극단적인 백호주의자였고, 인도인 경비는 그저 묵묵히 듣고있다가 '여기서 이러시면 안됩니다' 정도로 제지할 뿐이었다.

"네놈들이 이 나라를 망쳐놓고 있어!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일자리도 전부 차지했지! 가버려 너희들 모국으로!" 

이따금씩 볼 수 있는 인종차별, 그런데 지금도 잊을수 없는건, 순간 내가 이 백인영감의 영어 발음을 '멋지다'고 느꼈다는 것이다. 구수한(?) 오지 악센트마저도. 그리고 뒤따라 느껴진 자괴감, 내 안에서 발견한 사대주의 근성. 가끔 그때 생각이 난다. 그래도 그 영감 영어 발음 정말 멋지긴 했다. ㅋ 게다가 인종차별이니 뭐니 해봤자 한국에서 외국인에 대한 극단적인 차별(서양인과 동양인에 대한)만 할까. 그저 가끔씩 그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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