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삼모사(朝三暮四)의 참 의미.

독백_일기,잡담 2012. 3. 9. 10:52

알려져 있기로, 조삼모사(朝三暮四)란 눈앞에 보이는 이득만에 집착하여 본질을 꿰뚫어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뜻하는 고사성어다.

중국 춘추전국시대 송나라 저공(狙公)이라는 자가 원숭이를 많이 길렀는데, 형편이 어려워져 먹이를 넉넉히 줄 수 없게 되자 그는 원숭이들에게 "앞으로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했고, 이에 원숭이들은 반발했다. 그러자 저공은 말을 바꾸어 "그럼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마"고 하자 원숭이들이 기뻐했다는 일화가 <열자(列子) 황제편(黄帝篇)에 전해진다.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나,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주나 어차피 하루에 받는 도토리의 양은 7개'라는 이유로 인간들은 이 내용을 원숭이들의 어리석음으로 이해하고 있다.

위 내용의 고사가 현대까지 전해지면서도 '근시안적 행태를 하는 인간들을 이 이야기의 원숭이들에 비유'하며 비웃고 있으나, 
잘 생각해보면 실상 어리석은 것은 이야기 속의 원숭이들이 아니라 '저공'임을 알 수 있다.

하루 7개의 도토리를 먹는다 해도,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 먹는것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먹는것은 완전히 다른 얘기다.

우리나 농장에서 사육되는 동물이라 한들, 활동을 시작하는 아침에 섭취하는 식사와 곧 잠자리에 들 저녁에 (우리말로 '잘밤에') 먹는 식사가 같을 수 없다.

실제로 많은 인간들은 실천하지 못하고 있으나, 보편적 권장 식사량은 '아침은 황제처럼, 점심은 왕자처럼, 저녁은 거지처럼'먹으라고 하는 이유와 같다.
물론 바쁜 현대인들은 아침은 빵조각이나 시리얼로 때우고 저녁에 푸짐한 만찬을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지만, 
이 이야기 속의 원숭이들이 오히려 인간들보다 현명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한가지 인간들의 어리석은 점을 덧붙이자면,
인간들이 '조삼모사'라는 고사성어를 활용하는 상황에 빗대어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눈앞에 보이는 작은 차이에 집착하여 본질을 놓치는 어리석음,

내가 보기에 분명 도토리는 하루 7개로, 아침저녁을 어떻게 주나 똑같은데! 어리석은 원숭이들! 이라고 자기 멋대로 판단하고 어리석은 생각으로 상대를 '조삼모사 일화의 원숭이'라 생각하는 어리석은 '저공'들이, 
자신의 좁아터진 시야 안에서는 자신과 생각이 다를 뿐인, 자신보다 현명한 이들 모두가 그저 '그것도 모르는 원숭이'로 보이는 멍청한 두뇌들이,

지금도 도처에 깔려있다. 그 어리석음에 환장할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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