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자! Marica! Goja! 마리까!

독백_일기,잡담 2009. 3. 8. 23:07

브리즈번에서 두번째로 얻은 쉐어하우스는
한국인과 콜롬비아인이 함께 사는 아파트였다.

처음엔 한국인의 비율이 조금 더 많았는데,
(총 5명 중 한국인 남1 여2 콜롬비안 남 2)
한국애들 귀국하고 농장가고.. 멤버 바뀌면서
이제 한국인은 나 혼자만 남게 되었다.

아마 다음주에 디에고라는 녀석까지 나가고 나면,
마스터룸(페루인 커플), 세컨룸(콜롬비안 남, 태국인 여)
나만 빼고 전부 커플인 쉐어하우스가 된다. 덜덜...-_-;


뭐 그렇게 된다 해도 그럭저럭 크게 나쁘진 않을 것 같다.

브리즈번에서 처음 살았던 쉐어하우스는
(대부분의 한인 쉐어가 그렇듯) 전부 한국인이었는데,

카지노 중독에다 습관적으로 돈빌려쓰려 하는건 그렇다치고
그럼에도 '한국인과 끼리끼리 어울려야 하는'
그놈의 가족적인 분위기가 참 부담스럽고 싫었다.

어딜 가든 무얼 하든,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리는데
끼지 않고 겉돌면 꼭 씹히게 마련인.

내 호주 생활의 주 목적이 꼭 '영어'는 아니지만,
굳이 이런 해외까지 와서 한국인들끼리만 어울릴 이유는 없지 않나 싶다.

한국인 친구라면 고교동창인 민선이 영은이 정도로 족하고,
(첫 쉐어집에서 친해졌던 정임이는 농장일 구한다며 번다버그로 떠나버렸고,
그동안 친하게 지내던 지연이는 병원에서 약 잘못 처방해준것때문에 내일 비행기로 귀국.)

그 외에 현지에서 사귄 친구라면 이탈리아계 프랑스인 제롬,
일본인 마사, 지금 일하는 곳의 중국인 친구들 등...

아마 위의 둘을 제외하면 내 주변에 한국인은 더 이상 없을 듯 하다.



때문에, 최근 새 숙소를 알아볼까 생각하면서도 갈등이 많았다.

일단 시티 근처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쉐어라면 거의 대부분 한인 쉐어.
외국인 쉐어를 선호하는건 대다수의 한국인 워홀러가 마찬가지겠지만,
(사실 외국인 쉐어에 거실쉐어가 있는 곳도 흔치 않거니와)
앞서 얘기했듯 '한인 기피중'인 내게는 적절한 선택이 아니다.

다만 문제는, 이곳이 시티에서 살짝 멀고
(도보로 15분. 그렇게 멀지는 않지만 출퇴근 시간은 상당히 아깝게 느껴진다.)
둘쨰로 인터넷을 내 스스로 사서 써야 한다는 것이며,
굳이 더 꼽자면 셋째 이유는, 앞으로 두 커플의 등쌀에 눈치보며 살아야 한다는 것.


뭐 일단 당분간은 이대로 지내기로 했다.
어차피 평일은 하루종일 일해야 하고,
주말에는 잠을 자거나 밖으로 돌아다니니까..

거의 내 방처럼 쓰고있는 베란다에는 바람 잘 불어 시원하고,
시티 거실쉐어 치고는 개인키도 지급 되겠다,
뭐 이정도 환경은 대략 나쁘지 않다.



쓰고보니 제목과는 별 상관없는 일기글이 되었네.


다음주면 새 집으로 나가는 디에고군에게
예전에 살던 한국인 여자애들이
한국어 욕만 잔뜩 가르쳐줬다.

이눔시끼, 니미씨발, 개새끼, 조까 등등.

거기다 어제 애들레이드로 떠난 한국인 남자애도
그에게 '고자'라는 말을 가르쳐줬는데,

이후로 그는 나를 '고자', 나는 그를 '마리까(스페인어로 고자)'라 부르고 있다.


디에고 이녀석도 참 딱한 녀석이다...

녀석이 처음에는 세컨룸에서 살았는데,
세컨룸의 또 한명은 조지 라는 녀석으로,
이틀이 멀다하고 태국인 여친을 데려와서 자면서
밤마다 소음을 만들어내는 녀석이다.

(내가 처음 입주할때도, 그때 귀국하던 한국애가 내게 귀띔하길
'다른애들은 다 좋은데, 쟤는 그런 점에서 좀 뻔뻔해서
 마음에 안든다. 몇번을 얘기하고 주의를 줘도 계속 데려온다'며.)

디에고가 자리를 비웠을때는 어김없이,
심지어는 디에고가 자고 있을때에도 해-_-대니,
결국 녀석은 아래층에 사는 라파엘(전에 이곳에 살던 친구)의
방에 가서 잠을 자는 일이 잦아졌다.

몇 주 후, 마스터룸에 살던 두명이 동시에 나가면서
디에고는 마스터룸으로 방을 옮겼다.
그러나 새로 들어온 그의 새 룸메이트는 페루인 미구엘.
그역시 녹녹치 않았다.
조지만큼 자주는 아니었지만, 만만치않게 데려와서 자는 여자친구 모니카.
게다가 이친구는 나이도 있어서(서른 둘)
여자친구를 데려오면 거의 부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조지와 지낼때와는 사뭇 다른,
한층 업그레이드 된 압박감.

이후로 모니카는 놀러올때마다
맨 먼저 나를 붙들고 '지금 디에고 방에 있냐'고 묻는게 일과가 되었고,
디에고는 디에고대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쉬려는데
마스터룸 문이 잠겨있으면...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고는
'지금 미구엘 여자친구 데려왔냐'고 내게 묻는 일과가 생겼다.

결국 세컨룸의 새 멤버가 떠나면서
디에고는 세컨룸으로 돌아왔지만,
여기나 거기나.

어제도 베란다에 있는 나한테 묻더라.
'지금 조지, 여자친구랑 그거 해?'
'글쎄, 모르겠는데. 난 신경 안 써서.'

뭐 이제 다행히,
라파엘이 새 렌트를 얻으면서
다음주면 디에고도 빠져나간다지만...

난 정말로 완전히 신경 끄고 살아야지.
두 커플이 만들어 내는 소음은,
거실쉐어인 나에겐 너무나 버겁다.

어제는 주말이라고,
아무도 없는 집에 나까지 자고 있으니.

자다 일어나 밥 해 먹는데,
마스터룸에서 들려오는 모니카의 비명소리란.


에라, 나도 하나 만들어서,
데려와서 거실에서 해버려?


어쨌거나,
아디오스, 마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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