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시아 요리의 고기 조리법에 문제가 있다?
어제(토) 있었던 일이다.
여기서 사귄 이탈리아계 프랑스인 친구 제롬 녀석과
기분 좋게 클럽에서 놀고, 술도 한잔씩 하고 집에 오던 중에,
녀석의 복통의 원인이 된 '아시아 쇠고기 요리'가 발단이 되었다.
녀석의 주장은 이랬다.
"아시아의 요리는 문제가 많다. 특히 아시아인들의 고기를 조리하는 법이 틀렸다.
특히 중국 요리의 경우, 고기를 완전히 익히지 않아 박테리아가 남아있거나 해서
복통을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우리 호텔(호텔에서 스튜어드 일 하는놈임)에도
손님들이 아시아 요리 먹었다가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살짝 열받게 만드는 발언이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문화적 차이(difference)이지, 문제(problem)라고는 할수 없다.
어느나라나 고유의 식생활 문화가 있는거고, 그에 따라 요리방식이 다른거다.
경우에 따라 음식을 날로 먹거나 덜 익혀 먹는 나라도 있는건데,
오히려 내 생각엔 너네 프랑스 음식이 고기 덜 익혀먹는게 더 하지 않냐?
난 예전에 유럽식 스테이크에 레어, 미디엄, 웰던 있는거 처음 알았을때
레어나 미디엄에 핏물 흐르는거 보고 끔찍하다 생각했었는데?
오히려 중국음식은 너무 익히고 기름진게 문제 아닌가?"
그러자, 자신의 논리는 자신만의 주장이 아니라,
전 세계 각국 사람들의 "보편적"인 견해라고 하는거다.
"보편적인 견해라니? 정확한 근거가 어디에 있는데?"
인터넷에서 봤단다. -_- 이눔시키...
"야, 인터넷에 올라오는 말은 전부 진리냐?
보나마나 유러피안 아니면 아메리칸이 쓴 거겠지.
어느 아시아인이 그 주장에 동의하겠냐?"
"아시아인이고 유럽인이고 아메리카인이고 간에,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요리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요리라는 데에
모두 동의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있는 '고기 조리법의 룰'이 있다.
아시아인들은 그 '룰'을 모르기 때문에 고기 조리에 문제가 생기는거다."
"그 룰은 누가 정한건데? 너희 유럽인들이 만든 룰이지,
우리는 우리 나름의 룰이 있는거고, 그건 '다른'거지 '틀린'게 아니지.
틀렸다고 하는건 너희 유럽식이 무조건 옳다는 사고방식에서 나오는거고.
그럼 너는, 코카서스 인종이 아시안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거냐?"
"아니, 난 인종을 얘기하는게 아니라 음식 조리법을 얘기하는거야."
"결국 그건 문화적 차이라니까.
예를 들어볼까.
이곳 브리즈번에 사는 호주인들은 '스시'를 아주 좋아하지.
그런데 원래 일본이나 한국에서의 오리지널 스시는,
잡자마자 조리하지 않고 날로 먹는게 진짜 스시야.
만약 이곳 호주인들이 그 진짜 '익히지 않은'스시를 먹는다면
어떻게 될것 같냐? 당연히 복통에 걸리지!
우리나 일본인은 일상적으로 날것을 먹으니까 면역력(immunity)을 가지고 있는거고,
너희 유럽인이나 아메리카인의 음식도 그런 경우가 있겠지.
우리 아시아인이 먹으면 복통을 일으키는 그런거.
그건 어디까지나 '차이'이지, 절대로 어느 쪽이 옳거나 틀렸다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냐.
위생상의 문제를 말한다면, 광우병의 경우는 어떠냐? 원산지가 유럽 영국 아니던가?"
*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스시'란,
김밥의 일종(캘리포니안 롤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에
마요네즈 양념과 살짝 익힌 회를 집어넣은 음식으로
호주 현지인들에게 아주 인기가 있다.
시티 골목 골목마다 스시바가 있고,
주로 동양인이 영업을 하지만 정작 일본인보다는 한국인, 중국인 업소가 많다.
한 30분간의 열띤 논쟁은 결국 결론을 맺지 못하고...
제롬 녀석은 끝까지 '나는 유럽인이 아시아인보다 우수하다고 하지 않았다.
다만 아시아인의 고기 조리법이 틀렸을 뿐이다' 라는 모순된 주장으로 일관,
그래서 그냥 이렇게 내뱉고 말아버렸다.
"그럼 너 앞으로 아시아 요리 먹지마. 죽을때까지 절대로 다시는 먹지마.
나도 그 멍청한 프랑스요리 다시는 안먹을테니까."
아...영어를 좀 잘 했더라면,
그의 주장에 어떤 모순이 있는지,
그가 무시하는 아시아 음식의 우수성,
특히 김치라는 음식이 얼마나 과학적인 음식인지,
등등을 말할 수 있었을텐데.
회화능력의 차이라는건 가끔 이렇게 답답한 상황을 만들때가 있다.
특히, 대답하기 까다로운 질문에 답변을 생각하느라 뜸을 들이면
'영어를 잘 못해서' 그러는 것으로 오해받을때가 상당히 열받는 경우고.
어느나라나, '목소리 크고 말 빠른 놈이 이긴다'는건 불문율인건지,
문법 개판이고 발음 엉터리여도,
먼저 빠르게 따발따발 늘어놓는놈이 훨씬 말빨이 센 것은 어쩔수 없나보다.
머리속에서 문장을 완성해야 비로소 입밖으로 꺼낼 수 있는것이
학원에서 영어 배우는 한국인들의 고질적인 문제이기도 하고.
여하튼,
정말로 그런 주장, 아니 학설이라는게 있기나 한건가?
"동양권 요리의 고기 조리법은 문제가 있다" 라는게?
일단 검색은 해봤지만...
혹시 방문자 중에 이런 얘기 들어본 적 있는분 계시면 리플 남겨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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