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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반구의 외국인 노동자. 브리즈번 시티잡 수행중!
으하하. 안녕히들 지내셨습니까.
한동안 인터넷 이용이 뜸했던 이유는,
바로바로, 일자리를 구했기 때문입니다! > ㅁ <)/
요즘 한국도 경제상황이 지난 IMF때 못지않다지만,
이곳도 취업난이 장난이 아니라서요.
외화벌이는 커녕, 서너달씩 일자리 못구해 귀국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던데
저는 두달이 채 되기 전에-그러니까 이제 2주 되었네요.
쇼핑몰 푸드코트(홈플러스같은데 있는거랑 비슷해요)에 있는
중국요리점 부엌데기로 취직했습니다.
가게 이름은 City Asian Express! 아마도 도시동양특급?
(영화제목들을 봐도 그렇지만, 중국사람들 '특급'이란 단어 되게 좋아하나봐요.)
월-금 주5일 근무, 아침 8시반부터 저녁 6시반까지, 매일 10시간을
(금요일은 9~10시까지- 대략 12~13시간)
하루종일 서서 잠시도 앉아 쉴틈없이 일하는게 빡시긴 합니다만..
하는 일은, 거 중국집에서 쓰는 커다란 후라이팬 아시죠. 둥그런거.
제 몸통만한거 휙휙 돌리면서 볶음밥 만드는거...(이젠 제법 능숙해요)
탕수육같은 튀김 만들고, 밥짓고 야채 썰고(이제 칼질도 제법 잘한답니다 ㅋ)
그리고 설거지... 덕분에 항상 퉁퉁 부어있는 손이 주말까지 풀리질 않네요.
오죽하면 양치질할때 칫솔 쥐는게 힘들어서 손이 발발 떨립니다. ㅋㅋ -_-
급료는, 하루 100달러! (한화 대략 10만원.)
여기가 후한편은 아닌데, 그래도 생활비 하고 먹고살만은 해요.
돈도 많이는 못 모아도... 한국 돌아갈때쯤 천만원은 넘게 들고가지 않을까...
참....제가 생각해도 운이 무지 좋았다고 봐요...
원래 중국인 음식점에선 중국인만 쓰는데,
(다른데선 중국어 할수있냔 말만 묻곤 이력서도 안받고 퇴짜)
여기 사장은 대체 뭔 생각으로 한국인을 뽑았는지 아직도 신기해요 -_-;
어떤 기대였는진 모르겠지만, 제가 묵묵히 성실하게 일 잘 하니까
제법 사장 마음에 들었나봐요. 주방장 아저씨가 거의 매일같이 하는 말,
'사장이 너 좋은놈이래'
제가 뭐 이바닥에서나 교활하고 냉혹한(?)본색을 드러내는 편이지,
보통 일할땐 우직하고 성실한 스타일인지라..
힘든일도 군말없이 해내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성격인걸 이제 아니까
사장도 이젠 웬만한 일은 별 터치없이 그냥 위임하고, 어지간한 실수도 대충 웃고 넘기네요.
일하는 분위기도 서로 친한 친구나 가족같은 느낌이라, 농담 주고받으며 하구요.
가끔 사장이 일 시킬때 'you first, fry this pork and chicken, and then
cut chilly, and cut ham, and cut your little leg.' 'yes.. what what??'
"일단 이 돼지고기랑 닭고기 튀김 하고,
그담에 칠리고추 썰고, 햄 썰고, 네 xx도 썰어." "네넹?-_-;"
'when you choped the chilly, you better wash your hands before going to toilet.
if not, your little leg will be very hot.' (직원들 폭소)
'칠리고추를 썰었을땐, 화장실 가기 전에 꼭 손을 씻도록. 안그럼 너 xx가 엄청 매울거다.'
(사장님 참, 리틀렉 조크 엄청 좋아합디다. -_-a)
'hey hey, Yong, use your two hands. your mama and papa gave you two hands, not only one hand.'
"이봐 용군, 양손을 써. 자네 엄마 아빠가 한손만 주신게 아니고 손 두개를 주셨잖아."
아, 저도 농담 하나 했었죠.
(열심히 닭튀김을 만들면서 한마디) 'Boss? am I kitchen hand? or chicken hand?'
주방 식구들 전원 격침! 역시 중국인에게도 통하는 말장난 개그 한발 작렬! -_-;
뭐 보시듯, 중국인들도 영어 그렇게 잘하진 않아요. -_-;
그나마 사장이야 발음이 또박또박해서 알아듣기 쉽지...
그래도 의사소통하는덴 별 문제가 없네요.
가끔은 듣고있으면 재밌어요. 중국어 억양 그대로에 단어만 영어... ㅋㅋ -_-;
참, 여기선 제가 Gally 라는 영어이름을 썼었는데,
아무래도 중국인들은 이름 형식이 비슷하니까,
제 본래 이름 鄭俊容이라고 얘기했더니
그냥 요즘은 '용아~' '아용~(兒容)' 이라고들 부르네요.
주방 사람들도, 일 시작하고서 첫째주엔 별 얘기들이 없더니,
둘째주가 되니깐 이젠 뭐 귀찮을정도로 다들 잘해주네요...
아마 처음엔 '쟤가 얼마나 버틸까'했겠지만, ㅋ
저도 나름대로 의지의 한국인으로서 긍지를 가지고 있는 놈인지라!!
일할때 꾀 안부리고, 힘들수록 오히려 더 서둘러서 일 찾아서 스스로 하니
시간도 잘 가고 좋더군요..
특히 주방장 아저씨...제가 요즘 쓰부(사부님)라고 부르고 있는데
자기가 한국 드라마 무지 좋아한다면서, 한국영화나 드라마 DVD 없냐고...
요즘은 출근시간보다 한 30분 일찍 나와서 자기랑 얘기좀 하자고 하더니
아침 안먹고 오면 커피랑 토스트도 사주고... 퇴근할때도 사장몰래 음식 싸주고..
아, 정말로 중국인들이 한국인 엄청 좋아하더군요...
백인들한텐 은근히 무시당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는데,
같은 동양인들 중에선 일본인 못지않게 한국인도 제법 알아주더라구요. ㅋ
예, 뭐, 이렇게 지내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는 보고싶은 사람 못 보는거만 빼면,
아주 보람있고 행복한 생활입니다.
참. 요즘은 일이 점점 손에 익으면서,
손으로는 일 하면서 머리로는 잡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데
'도킹 온 오븐스 도어'라든가 '쿡 썸바디' 이런식으로
노래 가사 바꿔서 불러보는 재미도 있더군요.
루시드폴의 '사람이었네'도 역시...
'하루 100달러를 버는 난~ 사람이었네, 이 요리가 되어, 팔려왔지만~' -_-;
아, 재미없어라...-_-;
참, 또 한가지. 역시 세계적인 불황이라 그런지,
이곳 호주 음악들도 가사가 만만치 않아요.
Fakers 라는 밴드의 Voodoo Economy 라는 노래 가사는 이래요.
'you got a kitchen hand job, you are the king of this city!'
완전 제 얘기같지 않습니까. 냐하하.
그럼 정말로 이만...~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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