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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담배들...
독백_일기,잡담
2012. 3. 9. 09:52
처음 담배를 배운것은 중2때였다.
친구놈 따라 좀 노는 애들이랑 어울리면서 담배를 시작했는데,
그때 우리 기준에서 버지니아슬림은 아저씨들 피우는거 (요즘으로 치면 에쎄 쯤 되겠지? ㅋㅋ)
그리고 애들은 주로... 아.. 뭐였지 기억이 안난다..-_-;;;
암튼 내가 피웠던건, 입생로랑(YveSaintLaurant)이었다.
이게 무슨 명품 브랜드인지 그런것도 몰랐고,
검은 곽에 빨간바탕 금색 Y S L 박힌 로고가 멋있었고,
약간 멘솔타입의 향이 좋았다.
고등학교에 진학해서는 담배를 끊었다. 끊었다기보단, 중딩땐 맛도 모르면서
그냥 폼으로 피웠던거지. 논다는 애들은 그러니까. 입담배(겉담배)하고 길에 침 찍찍 뱉고,
길 가던 어른들이 째려보면 '뭘봐? 확!'하며 이빨을 드러내는 재미였을 뿐.
게다가 더이상 '노는 애들'이랑 어울리지도 않았고, 착실한 분위기의 고등학교라서..
그래도 아주 가끔씩, 굳이 추산해보면 1달에 1개비 정도 피웠던 것 같다. ㅋㅋㅋ
방 구석 깊숙하게 숨겨놓고, (일기장이랍시고 두터운 노트 안쪽을 오려내고 그안에 숨겨뒀었지 ㅋ)
힘든일 있을때만 한개씩 꺼내서 품고 뒷산에 올라가서 살짝.... 내뿜곤 했다.
그런데 고3때인가.. IMF가 왔다. IMF때 우리집도 엄청 큰 타격을 입긴 했지만
사실 내 딴에 가장 속쓰렸던건.. 더이상 입생로랑이 수입되지 않게 되었던 거다.
사복을 입으면 20대 중후반(-_-;)으로 보이는지라, 종종 먼 동네에 가서 담배를 사곤 했던
그 가게들마다.. 진열대에서 입생로랑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오리지널이 먼저 없어지고, 나중에는 흰 곽의 라이트와 빨간 곽의 필터버전,
녹색의 진짜 멘솔타입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슬펐다....
심지어, 인터넷에서 애연가 카페를 검색해서 가입한 뒤, '희귀 담배 취급점'까지 뒤지고 다녔다.
주로 서울 강남, 경기도 일대까진 다녀본듯 하다...
결국 포기하고, 담배를 바꿨다. 이번엔 필립모리스였다.
필립모리스는 필터에서 달콤한 맛이 나는게 특징이었다.
이때가 아마 21살 무렵이었을텐데, 이녀석도 금방 사라지고 말았다.
필립모리스 담배 회사에서 누가 양심선언을 했다더군. 필터 제조 공정에 문제가 있어,
흡입하면 미세한 필터 부스러기들이 폐로 들어간다나... 정확힌 기억나지 않지만...
필립모리스도 곧 자취를 감추었다.
그럼 난 뭘 피우라고! ㅜㅜ
그당시 대세가, '타임'이 약간 고급..(그러니까 아저씨들 피우는거) 이었고,
대체로 국민담배 하면 '디스'였던 것 같다. 거기서 약간 고급형이 디스플러스라고 나왔고..
근데 난 디스 냄새가 그렇게 싫었다... 왜 그렇게 구린내가 나는지...
그래서 결국 내가 택한 것은...
"팔팔 라이트"였다.
팔팔 라이트, 꽤 오래 피웠다. 내가 유치원 다닐적에 아버지 담배 심부름으로
'팔팔 라이트 한갑 주세요'라는 말을 했던 기억이 아직 남아있는걸 생각하면 참 묘하다.
(정작 아버지는 지금 에쎄 순 0.5)
그렇게 20대 내내 팔팔 라이트를 피웠는데, 이젠 팔팔도 단종되기 시작하더군...
팔팔 골드가 사라지고, 가끔씩 변덕으로 사던 팔팔 디럭스도 사라졌다.
이제 남은건 라이트와 멘솔 뿐...이었는데 이젠 멘솔도 없나? 잘 모르겠다.
그리고 28살때 어학연수차 필리핀에서 반년정도 지냈는데,
거기는 아직도 길거리에서 '개피 담배'를 판다. ㅎㅎ 옛날의 우리나라처럼 좌판에 깔아서
메고다니면서 파는 할머니나 애들도 있고, 골목 골목 노점에서 유리병에 담아두었다가 팔기도 한다.
여기서 피웠던 것이 윈스턴 라이트 였다.
필리핀 생활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한번 쓸 생각인데, 짧게 소개하자면
필리핀에서 어학원 3달 끝나고도 3달간 더 자취하며 살게 된, 그리고 내 동생까지 필리핀으로
건너오게 만들었던 인연은 '투츠'형 때문이었다.
투츠형은..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대 나와서 삼성전자 수원지역 총 책임자쯤 되는 초엘리트였는데,
흠 그러니까.. 봉팔러 아저씨들은 산미구엘 알지?
그 산미구엘 공장이 바콜로드에 있는데, 거기 보스였으니까...
이 형은 한국을 참 좋아했다. 나나 동생과 코드가 맞았던 것도 있었고..
뭐 다른얘긴 나중에 필리핀 얘기로 따로 쓰고, ㅋㅋㅋ
투츠형은 말보로만 피웠어. 왜냐면 투츠형네 회사(산미구엘)가 말보로 담배 수입 총판이었거든.
나한테 자꾸만 '말보로 좋아 말보로 피워'하면서 한갑씩 사줄때마다
'어 그래요? 난 윈스턴..' 이러면서 꿋꿋이 윈스턴을 피웠지 ㅋㅋㅋㅋㅋ
참고로 이건, 내가 필리핀 있을때쯤 새로 나왔던 말보로 라이트 블루 버전이야.
근데 말보로 라이트는 골드 버전이 있잖아? 왜 이게 따로 나오냐고 투츠 형에게 묻자
'요즘 젊은 애들은 골드보단 블루가 더 땡기지'하며 대수롭지않게 설명하더라고.
그렇게 반년이 지나고, 난 호주로 건너가서 '동양계 외국인노동자'가 되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
여기서도 7개월 있었지 아마...
여기선 담배를 말아서 피웠어. ㅋㅋㅋㅋ 지금도 방 한구석에 남은게 있을텐데..
호주는 담배가 엄청 비싸거든. 한갑에 우리 돈으로 2~3만원 한다 생각해봐...ㅜㅜ
한두번 (월급 탔을떄라든지) 사서 피워본적은 있는데, 돈이 아까워서...
그리고 호주 담배 그림은 올리려다 그냥 링크만 첨부할께. 진짜 토나오거든.
http://cancer_info.blog.me/105300664
그리고 주로 피웠던, 말아서 피우는 담배... 윈필드 담배인데, 골드가 제일 순했어.
요너석이 cigarrette roller, cigar rolling machine 이라는 놈인데, ZIG ZAG 라 써있고..
내 쓰던거랑 똑같이 생긴거 사진 찾았네 ㅋㅋ
암튼 저 두개의 롤러 사이를 벌리고, 필터 종이를 깔고, 담뱃잎을 덜어서 잘 편 다음에,
롤러를 닫고 한번 꾹 꾹 눌러준 담에, 다시 필터에 침을 발라서(우표처럼 풀이 말라있어)
다시 닫고 돌돌 말면 담배 완성! 근데 처음엔 만들기 어려워서 곧잘 망치기도 하는데,
나중엔 이 롤러 없이도 그냥 맨손으로 담배 말아서 피우고 그래 ㅋㅋㅋ
그러다가 일자리 구하고, 돈 좀 버니까... 말보로 골드 피웠다.
골드는 다들 알테니까 사진 패스하고..왜 하필 말보로 골드였냐면,
한국이나 인도 동남아에서 오는 애들 중에 담배 안피우는 애들도 한보루씩 사갖고 와서
현지 시세보다 조금 싸게 팔아서 용돈 하거든.. ㅋㅋ 나같은 놈들은 그걸 사서 피우는거고.
필리핀에서 투츠형이 그렇게 권할때는 안피우다가 ㅋㅋㅋㅋ
결국 2009년 여름에 귀국해서는, 옛날 피우던 팔팔라이트와 말보루 골드를 번갈아 피우게 됐는데
그러다 '몸에서 담배냄새가 너무 심하게 난다'는 말을 듣고 담배를 바꿔야겠단 생각이 들었어.
이왕 피우는거, 뭘로 바꿀까.. 한참 고민도 해보고, 원 이라든지 시즌이라든지 던힐이라든지,
남들 피우는거 하나씩 얻어피워도 보고, 한갑씩 사보기도 했어.
(그래도 에쎄는 싫었어! 왜냐면.. 아저씨들 피우는거니까! ㅋㅋㅋㅋ)
그러다가... 이왕 피우는거...
내가 무척 존경하는 분한테 접근할 기회가 있어서, 용기내서 과감하게 물었지.
(누군지는 패스할께. 뭐 우리끼리야 다 알겠지만,
'그분이 담배 피운다'는 얘기 대놓고 하는것 자체가 별로라..)
그러자 대답...
"난 담배 브랜드같은거 안따져"
ㅡ,.ㅡ;;;
우짜나..
근데 그때 어느 비서분이 하는 말... 사실은 ㅇㅇ 블랙(국산) 피우신다고.. 헉.
말보로 골드가 0.6mg인가 그렇지? 근데 ㅇㅇ 블랙은 0.1mg 이니까..
당장 ㅇㅇ 블랙을 사서 피워보았지만 피운것 같지도 않아...ㅜ.ㅜ;
그래도 한번 줄여보자... 순한거 피우면 담배 냄새도 덜 풍기겠지..싶어서,
처음에는 ㅇㅇ 레드(0.5), 그담에 ㅇㅇ 블루(0.3),
다시 블랙으로 바꿔가며 점점 줄였지.
그렇게 바꾸고 보니... 아.. 속았다는걸 알았어...
ㅇㅇ 블랙을 피우는건 '그분'이 아니라,
그냥 '비서아저씨'였던거야 ㅠㅠ 으아ㅏ아악!!!
그냥 옆에서 누가 주면 그거 피우시는거였어!!! ㅜㅜ
그러다 정작 요즘 피우시는건 ㅇㅇ 블랙도 아니고 ㅇㅇ 블루였어!!!!
쳇쳇쳇쳇쳇.........
속았다는 기분이 들고 나니, 아... 더이상 그걸 피우고싶지 않았어.
그런데 이미 입맛은 순한담배에 길들여져서, 말보로 골드로 돌아가려니 너무 독하고..
또 이것저것 순한것 위주로 피워보다가 잡은것이
마일드세븐 LSS 1 (Less Smoking Smell -_-;)
그야말로 냄새 덜 나는 담배라는건데,
사실은 옆으로 열리는 곽이 재미있어서 피운거였고...ㅋㅋㅋ +_+
그런데 어느날은 아는 아저씨가 '담배좀 줘봐'하고는, 이걸 열다가
거꾸로 들고 여는 바람에 담배들이 전부 바닥으로 쏟아져버리는 일이 발생...~_~;;;; ㅋㅋㅋ
사실은 결정적으로... 이 담배가 몸에 별로 안맞더라고.
이걸 피우니까 자꾸만 속이 쓰려와서.....=_=
이후 마지막으로 바꾼 담배.
말보로 플레이버 플러스.
이름이 길어서, 가게에서 '예?' 하고 되물으면 짜증나.
그래서 그냥 담배갑 보여주며 '이거 주세요'
요즘은 아예 보루째 사다놓기도 하고...
참, 어떤 가게는 '말보로 원'이라 부르는 데도 있더라.
뭐 꼭 맛이 괜찮아서라기보단, 0.1mg 에다가,
순전히 곽이 저렇게 열리는게 귀여워서 피우는거임...ㅋㅋㅋㅋ +_+
아.. 써놓고 보니까 무지 길구나. ㅇ_ㅇ;
그리고, 양담배 왜 피우냐는 말 들으면 "참여정부때까지는 국산 피웠어요"라고 답한다.
그러니까, 다음 정권은 꼭! 민주정부로!!! 그럼 국산담배로 다시 바꿀께!!! ㅠ_ ㅠ
사족) 아, 이렇게 마무리해버리면 너무 재미없으니까..
사실은 담배 그림들 검색하다가 이런 포스트도 발견했다.
입생로랑이 아시아와 러시아에서 패키지 담배로 출시된다.
럭셔리하고 고급스러운 디자인의 담배는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출시된 것으로 국내 판매는 현재까지 아직 미정입니다.
2000년대 초반 출시되었다가 단종 이후 , 다시 선보이게 된 입생로랑 담배는 미니멀하면서도 럭셔리함을 연출하여 담배 하나 하나 골드라인과 로고가
장식되어 있으며 니코틴과 타르의 양이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루이비통 2011년 S/S 컬렉션에서 라스트 룩으로 케이트 모스가 담배를 피우며 등장하여 참석한 이들도 담배를 피우며 쇼를 관람하는 등 세계적인
금연 열품과 대조적으로 담배를 패션 아이템으로 도입한 쇼가 되어 화제가 되었다.
입생로랑은 1960년대 턱시도 차림에 담배를 피우는 여자를 이미지화한 'Le Smoking'이라는 스타일을 제안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출처] <명품담배>입생 로랑 담배 : 완벽한 포장 - YSL cigarettes: perfectly packed|작성자 JABOT LEE http://jabotlee.com/20128974894
헤에.. 저게 다시 나오는구나. ㅇ_ㅇ;
근데 본문내용 잘못되었다고... 2000년 초가 아니라 90년대 중반부터 있었다고 -_-+
그리고 난 어쩐지 담배피우는 여자가 좋더라. =_= 그냥 그렇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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