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국수와 수제비를 향한 거침없는 증오

독백_일기,잡담 2012. 3. 9. 10:27


난 수제비와 칼국수를 정말 싫어해. 
잔치국수는 완전 좋아하고, 우동은 그럭저럭 괜찮은데
수제비나 칼국수는 정말,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싶어.

어릴때 졸라 찢어지게 가난해서, 방학때만 되면 방 빼고 부모는 각자 회사에서 숙식하고 나랑 동생은 친척집에 보내지곤 했는데.. 특히 백부댁에 가면.. 그집은 진짜 잘살았거든. 근데 나랑 동생은 한달내내 칼국수 수제비만 해먹이고 자기들끼리 나가서 외식하고 오더라고. 별것 아닌것같지? 근데 더 자세히 말하면 누워서 침뱉기라.. 이것밖에 말할수가 없어. ㅋㅋ
 

뭐 사람에 따라서 이러다가 기형도 시인처럼 수제비에 꽂혀버리는 사람도 있긴 한데,


난 여전히.. 수제비만 보면 화가 나. 
너무 분해서 눈물이 나.
방학때마다 한달내내 수제비만 먹어서가 아니라,
돈없다 가난하다고 형제들에게조차 무시당하고 천대받던 
어린시절 내 부모가 떠올라서 이가 악물리고 눈에서 피눈물이 솟아.



언젠가는 데이트중에 수제비 먹자는거 거절 못해서 따라 들어갔다가, 
결국 짜증이 치밀어 괜힌걸로 싸우고 나온적도 있어.

지금도 그래. 누가 뭐 먹을까 하면 항상 이렇게 말하지.

 "아무거나 괜찮아요. 칼국수랑 수제비만 빼고요."


'부자얍' 횽이 혹시 이 글을 본다면, 
올 4월 김해에서 있었던 일을 기억할거야.
나 결국 그 칼국수 안먹고 도망쳤잖아. ㅋㅋㅋㅋㅋㅋㅋ



때때로, 나의 칼국수에 대한 증오와 분노를 말로 표현하기도 해.

"아니 도대체, 저런 음식을 돈 주고 사먹는 사람들이 이해가 안가요.
애초에 저런 음식이 왜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겠어요.
저따위로 대~충 뭉텅뭉텅 뜯어서 삶은 밀가루반죽 덩어리니,
막대로 굴려 밀어서 틱틱 썰어서 삶은 밀가루 덩어리같은걸
돈을 받고 파는 그 자체가 용서받지 못할 반인륜적 행위 아닌가요?
어째서 무슨 바지락이 들어갔느니 닭한마리가 들어갔느니
저따위 간판들을 버젓이 걸어놓고 손님들을 받고 있는거죠?
저 아까운 밀가루로 차라리 배부른빵을 만들든지, 
틈새가 매운 사발면을 만드는게 낫지 않나요?"


이런식으로 오바질을 해가며 열변을 토하면, 열이면 열, 다 웃는다. 화내는 사람 본적 없다.



다만, 나는 칼국수집이나 수제비집 안에서 이런 소릴 하지는 않는다.

칼국수를 완전 좋아하는 칼국수천을 포함한 대화중일때나,
외길 수제비 인생을 살아온 수제비언을 붙들고 이런 말을 하지도 않는다.

혹은 그런 사람들 다수가 보고있을 가능성이 큰, 
요식업자 동호회 카페라든지 하는 곳에서 일부러 이런 얘길 쓰지도 않는다.


물론, 이 사이트에 들어오는 봉팔러들 중에도 사실 알고보면 
칼국수나 수제비를 판매하는 식당 사장님이 계실수도 있다. 
혹은 일생 잊을수 없는 수제비에 얽힌 소중한 추억이 있다든지,
칼국수 면발만 보면 어머니 생각에 눈물이 왈칵 난다든지 하는 사람도 충분히 있을수 있거든.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면, 
웃자고 위에 써놓은 칼국수 저주드립이 슬슬 미안해지기 시작한다.


그래서, 두 손을 모으고 공손하게 다음의 문구를 삽입한다.


칼국수/수제비를 좋아하거나, 관련 요식업에 종사하시는분들을
모욕하거나 비난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었던거 아시죠? 용서하세요!




음... 난 무슨 말을 하고싶었던걸까? 개그본능에 충실하다보니 그만 잊고 말았네.(정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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