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잡보다는 중국인잡이 나은건가.

여행일지 2009. 3. 19. 06:29

약 2주 정도, 잠잘때 아이팟으로 숙면 최면술 음성과 MC스퀘어 숙면모드를 이용해 본 결과-
무의미하다-는 결론.
(물론 MC스퀘어 원본이 아니라 녹음된 파일만으로는 부작용의 가능성이 크다고는 하지만)

숙면모드를 청취하지 않고 잠들었던 오늘, 훨씬 상쾌하게 일어날 수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계속해서 자명종을 20분씩 뒤로 돌리며 조금만 더 자려고 했는데...

덕분에 오늘은 훨씬 일찍, 6시 30분에 일어났다! -_-

일단 밥 챙겨먹고, 잠시 인터넷을 즐긴 후
남은건 응가와 샤워,(대략 15분) 옷갈아입고 출근(대략 15분)...아 여유있는 아침!

뭐 이러나 저러나, 출근하기 싫은건 마찬가지다.



실제로 일이 더러운건 어쩔 수 없다...

아침 8시반부터 대략 10시간..이라고는 해도,
내가 아무리 서둘러봐야 10시간 안에 끝낼 방법은 없다.
어차피 오후 6시 반이나 돼야 사장이 마감과 정리를 시작하고,
그때서야 진열대의 접시들이 들어오니까...

어제도, 제법 서둘러서 일을 다 끝내놓고도 시간이 남아서
바닥 초벌 청소를 시작했는데, 결국은 7시가 돼서야 끝났다.
주방장은 '또 늦었다'며 내게 잔소리...뭘 어쩌란 말이냐? -_-;
사장이 장사 마치지도 않았는데 내가 접시 가져다 닦으리?
아님 설거지 전에 바닥청소부터 하랴?

일은 갈수록 늘어난다. 숙달되면서 손이 빨라지는 만큼,
당겨진 시간을 채울만큼 하나 둘씩 늘어나는 일...
뭐 나쁘진 않다. 어차피 내게 '남는 시간'따윈 없는거고,
(오히려 있으면 더 불안하다 시간이 안가니)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바쁘게 움직이기 시작하고
아무 생각없이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퇴근시간...이것이 일과다.

밥짓기, 볶음밥 만들기, 탕수육 튀기기, 설거지, 경단 튀겨내기,
그외 잡다한 채소와 식재료 썰기, 여기에 바베큐가 추가되고
튀김기 청소를 매일 시키기 시작하고,
오늘도 어느정도 일찍 끝내니 내일은 오븐 청소를 하란다.


이건, "죽도록" 부려먹는게 맞다.

따지고보면 아주 좋은 잡은 아니다...
하루 일당 100달러, 하루 10시간이라는 원칙이지만
실제로 매일 30분 이상 오바되며,
금요일은 사장 꼴리는대로...대략 13~14시간 정도?

아마 시급이 9달러 정도 되지 않을까?

브리즈번 한인잡도 시급이 대략 12~13달러라는데...
그냥 때려치우고 새 일자리 구해볼까 싶다가도
막상 그나마 이 일자리를 두달만에 구했다는게 압박스럽다.

시급이 어떻고 간에... 일자리를 구하는 자체가 하늘에 별따기라는거.

그것도 운이 좋았지, 수십장 돌린 레쥬메나
이메일 쳐넣은거, 그리고 잡에이전시에서는
여기 일 시작한지 한달이 넘도록 연락 한번 오지 않았다.

여기는 그야말로 소 뒷걸음질로 쥐 잡은격...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그냥 푸드코트 한번 내려가봤더니
마침 일하던 친구가 그만둔 모양. 사장이 "내일부터 출근할수 있지?"

뭐, 운이 좋았다 정말.

나름 좋은건, 캐쉬잡으로 매주 월요일에 지난주 급료 500달러가 바로바로 나온다는거.
한인잡처럼 2주 디파짓이니 트레이닝이니 하는거 없이
출근 첫날부터 100달러씩 꼬박꼬박 받았다.
이걸 생각하면 차마 그만둘 수도 없고,

무엇보다...영은이 말에 따르면,
지금 일자리를 구해도 다들 파트타임인데,
운좋게 풀타임 자리를 구한 자체가 대단한거라고.

시티잡 하는 애들 대부분이 파트타임이라, 아무리 시급이 쎄봐야 하루 2~3시간 하면
일 하나 해서 남는거 없고, 투잡 뛰려고 해도 시간 맞추기 곤란하고...
시급 좀 적어도 그냥 풀타임잡 하나 올인하는게 낫다고.


그래도 일은 많이 배우지 않았나.
요리같은걸 배우진 않았지만, 칼질도 제법 늘었고...
튀김기 다루는 법이라든가...여러 잡다한 동작은 꽤 늘었다.

다만 걱정되는건...

매일 눈코뜰새 없이 움직이다보니, 고무장갑을 끼지도 못하고
양손을 찬물에 담궜다 뜨거운물에 빠트렸다 하다보니
드디어 말로만 듣던 주부습진이란것에 걸려버렸다.

왼손 검지 주름부분이 약간 찢어졌다. 어쩐지 쓰라리더라니.
이 손으로 칠리고추를 썰었으니 악화되는게 당연하지...

약은 어디서 사야하나?
이렇게 번 500달러, 100달러는 방세로 나가고
기타등등 생활비... 이래서야 한달에 100만원 모으기가 힘들겠다.
당초 생각했던건, 호주에서 빡시게 벌어서 학비 마련하는거였는데.
이래가지곤 귀국할때 '당분간 용돈'외에 뭘 할수 있을까.


이럭저럭, 또 출근할 시간이다.
슬슬 나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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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서 안주할수는 없다는게 문제지.

슬슬 준비해야겠다. 더 좋은 조건으로, 풀타임에 높은 시급의 일자리를
"지금 하는 일의 경력"을 포함한 레쥬메를 작성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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